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우습게도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박태원 작)을 선택하게 된 것은 나의 단순한 착각 때문이었다. 올려진 작품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서 일기 시작했는데-, 아뿔싸.. 그런데 이런 실수를 해 놓고도 태연한 내 마음이 더 우습다. ‘뭐, 다른
작품으로 해도 된다셨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여전히 책을 뒤적이는 내 모습에서 문득 나는 주인공 구보를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소설이라는 장르는 참으로 신기한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작가가 설명하고 있는 주인공의 마음과 동화되어 가고 있는 나를 느끼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제목을 ‘소설가 구보씨의 행복찾기’로 바꾸는 것이 더 알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잘못
세지 않았다면 이 소설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자그마치 32번이나 사용되어지고 있다. 어쩌면 그만큼 행복하지 않은 구보씨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Ⅰ. 1930년대와 작가
(1). 작가 박태원
필명 몽보(夢甫) ․구보(丘甫) ․구보(仇甫) ․구보(九甫)
․박태원(泊太苑). 서울 출생. 경성제일고보, 도쿄[東京] 호세이[法政]대학 등에서 수학하였다. 1926년 《조선문단(朝鮮文壇)》에 시
《누님》이 당선되었으나, 소설로서의 등단은 1930년 《신생(新生)》에 단편 《수염》을 발표하면서 이루어졌다. 1933년 구인회(九人會)에
가담한 이후 반계몽, 반계급주의문학의 입장에 서서 세태풍속을 착실하게 묘사한 《소설가 구보(仇甫)씨의 1일》 《천변풍경(川邊風景)》 등을
발표함으로써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그의 소설에 있어 특기할 사항은, 문체와 표현기교에 있어서의 과감한 실험적 측면과, 또 시정 신변의
속물과 풍속세태를 파노라마식으로 묘사하는 소위 풍속소설의 측면이다. 이러한 특징은 그가 예술파 작가임을 말해주는 중요한 요건이다.
일제강점기 말에 발표한 《우맹(愚氓)》 《골목 안》 《성탄제》 등에도 비슷한 경향을 잘 드러내었다. 8 ․15광복 후에는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함으로써 작가의식의 전환을 꾀한 바 있고, 6 ․25전쟁 중 서울에 온 이태준(李泰俊) ․안회남(安懷南) 등을 따라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술된 작품 외에 단편소설 《사흘 굶은 보름달》 《애욕》 《5월의 훈풍》, 장편소설 《태평성대》 《군상(群像)》 등이 있다. 출처-
라이코스 코리아, 백과사전
(2). 시대와 작가
1930년대는 한국의 KAPF계 문학과 반대로 모더니즘 문학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시기이다. 도시의 조형자체가 근대의 사상을 대변하기 때문에 근대 풍경을 노래함이 곧 근대사상의 표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당대 모더니즘의 주요
의도임을 감안할 때 우리는 작품과 그 작품을 생산시킨 사회제도로서 1930년대의 경성을 결부시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