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시간에 처음 접해본 포스트모더니즘 시는 무척 흥미로웠다. 물론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언젠가 포스트모더니즘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번쯤 책을 펼쳐본 적이 있었지만 너무 어려워 그냥 책장을 덮고 말았다. 그런 포스트모더니즘 시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시`라는 문학
장르에 패러디를 도입한 것이 무척 신선했고, 시를 읽는 뜻밖의 즐거움(예전의 시를 읽으면서 느꼈던 즐거움과는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강의 시간에 본 장정일의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우선은 시에 대한 이야기보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포괄적인 시각이 필요할 것 같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한 시대(오늘날)의 사회를 전 시대의 사회와 비교하는 경우 확인되는
특징적 측면을 포괄적으로 지칭하기 위한 개념일 수도 있고 또한 변화에 상응하는 변형된 시각과 접근 방식을 함축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떤 한 가지로 뚜렷하게 정의되어있지는 않다. 다시 말해서, 여러 학자의 의견이 다르고, 또한 어떤 한 명의
학자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단어의 어감에서 알 수 있듯이 모더니즘을 이어받으면서(포스트를
`후기`로 해석하는 경우) 대항하는(포스트를 `탈`로 해석하는 경우)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이론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세 가지인데, 제럴드 그라프의 연속 개념, 하버마스, 프레드릭 제임슨의 단절 개념 그리고 이합 핫산의 절충 개념이 그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시각에 따르면 모든 역사(문화)는 연속적이면서 동시에 불연속적인 특성을 띤다. 또한, 사실상 연속 개념과 단절 개념은 겹치는 부분이 많고 단지
표현 방법상 차이를 가질 뿐이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 역시 절충 개념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이합 핫산의
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절충 개념은 7가지인데, 이는 다음과 같다.
1.도시주의/도시주의가 우주로서의 도시라는 개념으로 지양되며,
세계는 블록으로 구성되며, 자연은 녹색혁명에 의해 부분적으로 회복
2.공업기술주의/새로운 전달매체의 등장으로 새로운 예술 형태 확립하며,
물질과 개념의 관계가 논의되고, 컴퓨터와 소설형식의 관계가 거론
3.비인간화(엘리트주의, 추상예술)/반엘리트주의, 구체성 회복. 휴머니즘
4.원시주의(추상화된 삶, 비인간화된 삶의 심층에서 읽을 수 있는 삶의 원형들에 대한 추구를 동경. 신화성)/실존성 지향
5.에로티시즘(사랑은 건강이 아니라 질병적 요소를 내포)/성도착증, 동성연애, 레즈비아니즘
6.반도덕성/새로운 정치적 형식으로서의
반문화, 급진적인 경험주의, 종교에의 집착, 묵시주의
7.실험주의(새로운 미학을 추구)/초현실주의, 상실된 자아 회복, 예술 영역간의
혼란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