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이화여자대학교 박사과정인 정예지양이 현대경제연구소에 발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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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짐으로 높아진다, 최일도의 서번트 리더십
서론. '밥퍼나눔운동'의 섬김이, 밥퍼 목사 최일도.
서울특별시 청량리 답십리동 553번지. 소위 '588'로 불리우는 청량리역 뒤편 윤락가와 연결된 전농동 쌍굴다리 옆에는 '밥퍼나눔운동본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어김없이 흰 쌀밥과 몇 가지 반찬이 나누어지는 오전 11시 30분, 노인들과 노숙자 300여명은 한 술의 밥 뿐이 아니라 따듯함과 평화를 얻습니다.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이 '밥퍼나눔운동'은 2007년 현재, 어느 새 300만 그릇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이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 바로 밥퍼 목사로 유명한 최일도 목사입니다. 1988년 서울 청량리 역에서 굶어 죽어가는 무의탁 노인에게 밥 한 끼 사드린 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웬만한 사람이 다 알 정도의 나눔 운동의 전형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밥퍼목사 최일도. 그가 다른 목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남들이 손가락질하며 기피하는 윤락가를 섬김의 본거지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기독교와 목사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탄을 받는 이 시대에,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제대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 시기에, 진정한 청지기(steward)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최일도 목사의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본론1. 조금 더, 조금만 더 타인에게 관심을 갖자.
최일도 목사가 처음부터 빈민구제나 사회정의구현에 엄청난 관심이 많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독일로 유학을 가서 학위를 마치고 큰 교회의 목사가 되거나 교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던, 나름 야심만만하고 전도유망한 젊은 신학생이었습니다. 그러던 그의 인생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바뀌게 된 것은 1988년 겨울, 청량리 역에서 한 노인을 만나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최일도 목사는 노인을 보는 순간,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내게(예수) 한 것이고, 이들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내게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성경의 한 구절을 떠올렸고 그 노인을 가까운 식당으로 모시고 가 저녁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어찌보면 최일도 그 자신에게는 목사지망생이라는 직업의식의 발로에서 한 사소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 별 것 아닌 밥 한 끼에 너무나 행복한 미소를 짓는 노인을 보고 최일도는 다른 굶고 있는 노인과 얼어 죽어가는 걸인들을 위해 밥을 지어 나눠주는 것이 진정한 목회이고, 진정한 '섬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 날 이후, 최일도는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밥퍼'주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의 인생을 뒤바꾸는 힘은 좋은 만남과 타인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한다고 했습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더'배려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그들에게 '조금 더' 귀 기울이는 관심을 가진다면 오히려 내가 행복해지고 내가 나다워 질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섬김의 리더십, 즉 서번트 리더십은 비교적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리더십 패러다임입니다. 섬기는 리더십은 로버트 그린리프에 의해 창시된 개념으로 종업원, 고객, 및 커뮤니티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을 뜻합니다. 즉, '나 자신'이 먼저가 아니라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봉사하고 베풀며 그들과 함께하는 리더가 바로 서번트 리더인 것입니다.
이러한 서번트 리더의 특징 중 한 가지가 바로 타인과 타인의 needs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서번트 리더의 관심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앞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과 달리, 서번트 리더는 타인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쏟습니다. 즉, 서번트 리더는 삶 속에 나(ego)만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자리'를 만듦으로서 나와 타인의 행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리더입니다.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노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더라도 전도유망한 청년 최일도는 독일 유학파 목사로 유명해졌을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철저히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 고통에 좀 더 관심을 보이고 섬김으로써 가난하지만 진정 아름다운 서번트 리더로, 소외된 자들에게 '한국의 마더 테레사'와 같은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본론2. 섬김과 봉사는 '내가 먼저'
우리가 흔히 '봉사'한다고 말 할 경우, 남는 시간, 남는 돈과 남는 여력을 나보다 못한 이들을 위해 '써주겠다'는 우월감을 가지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 보기에 착해 보일 정도로 혹은 선행 시간을 채우기 위해 날씨 추워지는 계절이 되면 구세군 냄비에 돈 몇 천원을 넣거나 양로원, 고아원 등을 방문해 반짝 봉사를 하곤 하지요. 하지만 진정한 서번트 리더라면 나보다는 다른 사람 섬기기를 기꺼이 우선순위로 여기며 사회적 명성과 지위를 버리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뛰어드는, 솔선수범의 모습을 나타내는 사람을 뜻합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해오던 최일도 목사는 몇 년 전, 죽어가는 노인 한 사람을 업고 병원을 찾았으나 치료를 거절당한 뼈아픈 경험을 했습니다. 돈이 없고 연고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지요. 당시 병원 관계자는 "수십억, 수백억짜리 교회가 즐비한데 왜 기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병원이 하나 없느냐?"라고 말하며 치료를 거절했고 이는 최일도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그 사건 이후, 최일도는 치료비를 안 받는 무료병원을 짓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이 일을 할 사람은 '나 뿐'이며 간절히 원하면 꼭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무료병원 건립을 위해 후원자를 모으기 위해 백방을 뛰었습니다. 주위에서는 당연히 허무맹랑한 짓이라고 말했고, "'밥퍼'로 성공하더니 유명해지려고 별 짓 다 한다"는 비웃음까지도 샀습니다.
하지만 청량리 유흥가 뒷골목, 소위 '직업여성'들이 모아준 47만5천원을 시작으로, 최일도는 한 사람이 100만원씩 1004명의 후원자를 모으는 '1004운동'을 전개하였고 모금 운동 8년 만에 결국 '다일천사병원'을 개원하게 됩니다. 행려병자, 독거노인, 외국인노동자 등이 전액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이 병원에서는 80여명의 자원봉사 의사들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는 병원이 개원하는 날 "우리 사회는 제 것 챙기기에 너무나 바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 삶에도 근심과 고통과 슬픔이 심하게 닥쳐올 날이 있음'을 알고 최선을 다해 나를 바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남이 얼마나 기부했는지는 상관없습니다. 내가 먼저, 좀 더 많은 사람이, 나눔의 주체가 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 살기도 바쁜데 뭘 나누고 뭘 돕느냐. 목사니깐 남 도울 생각을 하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분명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봉사'하고 '내가 먼저 베푼다'는 것은 대단한 것을 바치고 엄청난 것을 희생해야 함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 순간, 이 장소에서 '기꺼이' 다른 사람을 섬기고 그들이 잘 되기를 바라고 그들을 돕는 것을 즐겁게 여기는 것입니다.
서번트 리더는 봉사와 섬김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기에 돕는 내가 행복하고 도움을 받은 이도 행복해지는 win-win의 효과를 이끌어 내는 리더입니다. '윤리'시간에 배운 것 따로, 사회에서 행하는 것 따로의 언행불일치의 삶이 아닌, 잠시 잠깐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의롭게 살기 위해 잠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서번트 리더의 모습인 것입니다.
내가 인정받고 싶다면 내가 먼저 타인을 인정하고, 명성을 얻고 싶다면 내가 먼저 타인을 배려하고, 이익을 얻고 싶다면 내가 먼저 베풀어야 합니다. 남이 나에게 무언가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타인을 섬기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베푼다면 이러한 노력은 분명 긍정적인 부메랑이 되어 반드시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입니다.
결론. 낮아짐으로 높아짐의 역설, 섬기는 리더십
섬기는 리더십은 종(servant)과 리더(leader)의,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합쳐진 단어로 역설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대한 리더는 먼저 종이 되어야 함'을 역설하며 남을 돕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죠. 타인에게 먼저 관심을 갖고, 온갖 봉사는 내가 먼저, 나의 천직처럼 여기면서 하라니, 현실성이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일도 목사는 바로 이 시간, 자신을 이기고 다른 사람과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눔과 섬김이라는 단어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고 타인의 존엄성을 인정한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진정한 권위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섬길수록 높아지며 진정한 변화는 나부터입니다. '나 자신'이 먼저 변하고 먼저 섬겨야 합니다.
지금 당장! 생활 속의 작은 일에서부터 섬김을 실천하는 서번트 리더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사내 화장실 청소를 하러가는 것은 어떨까요?
Reference
리더스다이제스트 2002년 1월호, 밥퍼주는 목사가 꿈꾸는 세상
김성국, 조직과 인간행동 제15장 리더십
최일도, 마음열기(최일도 목사가 시편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지혜)
최일도,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
최일도, 아름다운 세상 찾기
곽재구, 세상은 우리가 사랑한 만큼 아름답다
박형순, 변혁적 서번트 리더십
제임스 C. 헌터, 서번트 리더십
밥 얀디안, 다윗 섬김의 리더십
로버트 K. 그린리프, 리더는 머슴이다
크리스토퍼 핫지킨슨, 리더십 철학
다일공동체 홈페이지 http://www.dail.org/
http://cafe.naver.com/eden7day/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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