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이화여자대학교 박사과정인 정예지양이 현대경제연구소에 발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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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노력으로 천재를 뛰어넘다
몇 년 전, 축구 선수 박지성과 함께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사진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돌며 사람들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기억하시는지요? 무대 위에서는 마치 요정처럼 빛나는 프리마 발레리나와는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피멍으로 얼룩지고 울퉁불퉁 마치 죽은 나무 같아 보이는 그녀의 발은 충격과 함께 짠한 감동을 우리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스위스 로잔 국제 콩쿠르에 동양인 최초로 입상,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리나 최연소 입단(프로필 정확히 확인했습니다, 연구원님),
발레리나로써 최고의 영예인 시즌 오프닝 공연 주연 등 화려한 경력과 함께 "신이내린 천사"라는 찬사를 받는 발레리나 강수진. 타고난 발레에 대한 재능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녀가 발레라는 분야에서 최고가 된 것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눈물겨운 자신과의 싸움이었음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동양인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전형적인 서양 예술인 발레 분야에서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로 성장한 강수진. 그녀가 이처럼 큰 성공을 이룰 수 있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뒤따랐을까요? 그녀의 끊임없는 노력과 감성 리더십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본론1. 강철 나비, 강수진
독일의 남부, 슈투트가르트의 전차를 장식하고 있는 공익광고에서는 한 동양여인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전차 뿐만이 아니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광고하는 버스에서도 동일한 동양여인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바로 한국 출신의 발레리나 강수진입니다.
1986년 5월, 스무 살 약관의 나이로 강수진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최연소로 입단합니다. 그러나 최연소 입단이라는 수식어도 잠시, 독일어 의사소통이 불편하였고, 독일 특유의 음울한 날씨, 동료들보다 실력이 뒤쳐진다는 느낌 등으로 강수진은 슬럼프에 빠집니다. 더군다나 동양인의 외모가 유럽인들과 달라 군무(群舞)에 끼기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2년여를 그렇게 방황과 슬럼프 속에서 보내면서 며칠 만에 10Kg씩이나 살이 쪄 자살까지 고민하던 중, 발레를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계속 물은 강수진은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발레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그 후 강수진은 하루 15시간 이상의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무려 15시간입니다. 그녀의 몸무게는 혹독한 연습으로 다시 제자리를 찾았고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지요. 연습을 제대로 하는 발레리나에게는 따로 식이요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입니다. 하루 15시간, 많게는 19시간씩을 연습하고 한 시즌에 무려 250켤레의 토슈즈를 바꿔 신을 정도로 참혹할 만큼 혹독하게 자기 자신을 단련시켰던 맹연습의 결과, 발이 문드러지고 발톱은 흉하게 수 십 번씩 빠졌지만 강수진의 몸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꼿꼿한 선을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비처럼 가벼운 몸놀림과 강철보다 더 강해진 그녀의 발에서 뿜어져나오는 매력. 그래서 사람들은 강수진을 가리켜 '강철 나비'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그녀의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 연습과정에서의 인내는 챌린지 리더의 구성요소들입니다. 챌린지 리더는 도전하고 모험하며 행동하는 리더로, 자신의 도전과 모험에 성공의 확신이 있는 리더입니다. 그러나 그 도전이 소정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행동(action)이 따라야만 하겠지요. 그러한 의미에서 자기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않고는, 즉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기지 못한 챌린지 리더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이 정도면 됐겠지', 혹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의 예술 인생을 끝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챌린지 리더란 가고자 하는 길에 시간과 금전, 열정 등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인내하여 결국 자신의 목표를 꼭 이루어내는 성취자입니다. 자신의 인내를 시작으로 타인들에 대한 인내, 주어진 최악의 상황에 대한 인내력을 통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 '오로지 인내로 정복한다'는 도전 정신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끈기로 똘똘 뭉친 챌린지 리더십이 그녀를 진정 아름다운 '강철 나비'로 승화시킨 동력이었던 것입니다.
본론2. 깊은 감동을 주는 감성 리더십
오직 발레만을 위해 걸어온 강수진의 차마 보기에 '민망하고 측은한 발'은 우리에게 여러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흔히 그녀와 같은 부류의 인물들에게 '신이 내린, 세기에 한번 나올 것 같은, 타고난 재능' 등등의 미사여구로 극찬하며 마치 운명적으로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 단정하고 스스로를 '위안'하곤 합니다. 그러나 한 분야에 최고가 되는 것은 피나는 노력과 성실성,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어찌보면 영혼까지도 올인한 결과이며, 이러한 노력과 열정은 세상을 감동시키기에 이릅니다.
강수진은 자신의 발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히려 한국에 계신 분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말씀 해주셔서 인터넷으로 제 발 사진을 봤어요. 결혼 전에 남편이 발이 너무 못생겼다며 놀리면서 재미로 찍어둔 사진일 뿐인데... ... 많은 분들이 힘들 때 제 못생긴 발 사진을 보면서 용기를 얻으셨다니, 제가 역으로 힘을 받아요."
만약 그녀가 '동양인 최초','최연소 입단'이라는 타이틀에만 집착했다면 그저 한 명의 스쳐가는 발레리나로만 기억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보통 발레리나들의 은퇴나이인 40세를 넘기고도 원숙한 모습의 발레를 관객들에게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러한 노력은 주위사람들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지요. 예술은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줄 때라야 비로소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으며 그 깊은 감동은 '진정한 혼의 몰입'을 통해 흘러나온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의 키팅 선생도, 발레리나 강수진의 노력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발 사진도 우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화술이나 권위, 혹은 외모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을 '자극'하여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데 있습니다. 이처럼 타인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도록 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 그러한 사람을 우리는 '감성 리더'라 부릅니다.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은 행동을 일으키는 심리적, 혹은 내면적 메카니즘을 이르는 말입니다. 반복되는 무미건조한 일상, 사오정이나 오륙도 등 열심히 일해 봤자 비전이 없어 보이는 회사생활 등 우리 삶의 동기는 나이가 듦에 따라 많이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에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고 재생산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은 나 스스로의 다짐일 수도 있지만 주로 '긍정적인 타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노력해도 왜 이 모양이냐'며 스스로를 비관할 때 강수진 씨의 발 사진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군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그래,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긍정과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지요.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21세기는 정보도 중요하지만 EQ, 즉 감성지수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기"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타인에게 감동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여 자발적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사람, 그러한 사람이 바로 21세기,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감성 리더인 것입니다. 타고난 재능이 아닌,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강수진. 수면 아래에서 쉼 없이 눈물을 흘려가며 발을 놀리기에 무대 위에서는 백조처럼 아름다울 수 있음을 직접 보여주는 동양인 연습벌레의 성공 스토리는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주며, 감성 리더의 모범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 언제나 처음처럼! 언제나 최선을!
수많은 아픔과 고통을 감내해야 성공이 뒤따른다는 말은 어찌보면 고리타분한 명언처럼 들리기도 하며, 이미 성공한 자의, 즉 '가진 자의 여유'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강수진, 그녀가 대단한 것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강수진 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가장 강한 적,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는 바로 '나 자신(Myself)'입니다. 가장 강한 적은 내 안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 진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챌린지 리더, 최후의 승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나를 비롯한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감성 리더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Reference
- 감현주 외, 미래에 도전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한국의 여성 파워
- 정진홍, 완벽에의 충동
- 다니엘 골먼 외, 감성의 리더십
- 마리안 루더만 외, 21세기 여성리더십, 성공하는 여성들의 5가지 테마
- MBC 성공시대 181회, 정상의 프리마 발레리나, 강수진 편
- KBS 1TV 신화창조, 가장 아름다운 발의 성공비화, 강수진 편
- SBS 금요컬쳐클럽 242회, 강수진 편
- SBS 슈퍼코리언 1회, 발레리나 강수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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