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FeRed's Conundrum of Life :: 윤정구 선생님의 [소크라테스가 세상의 리더들에게 묻다, 진정성이란 무엇인가]를 읽고서

당신이 16세에 아름답다면 그건 당신이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러나 61세에도 아름답다면 그것은...
당신의 영혼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일 것이다.
- 마리 스톱스 -

 

My triggering event 1.
그의 집안은 가난했다. 1952년, 그의 어머니는 그를 출산하며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몸이 몹시 약한 어머니를 보며 의사가 되고 싶었으나 10여년의 의대 공부를 뒷바라지 할 만큼의 경제적 여유는 결코 없었고 그의 부모는 ‘무지’하였다.

그의 나이 여덟 살, 아이스케키(아이스크림)가 처음 그의 고향에 소개되었다. 어머니는 그의 국민학교 입학 선물을 위해 합천 읍내에서 철제 필통과 아이스크림을 산 후 철제 필통 안에 아이스크림을 고이 담아 읍내에서 한 시간 이상 거리인 집에 돌아오셨다. 집에서 열어본 필통 안에서 아이스크림은 녹아있었고 그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도, 필통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그의 나이 열아홉 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집에 입주하여 학생을 가르치며, 생활고를 해결하며 그는 고 3 입시 생활을 한다. 저녁 식사 시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입주 과외 집 아들)에겐 고기 반찬이, 자신에겐 허드레 반찬이 차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나이 서른 살, 사회적으로 성공한 그는 서울로 어머님을 모셔온 후,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대형 백화점으로 간다. 화장실에 가고 싶으셨던 그의 어머님은 식당을 나와 화장실을 찾다가 시체를 보았다며 혼비백산이다. 어머님은 차가운, 대답 없는 마네킹의 손을 붙들고 “보소, 뒷간은 어딘교?”를 수차례 물었다고 한다.

My triggering event 2.
2007년 9월, 이화여자대학교 조직변화(Organizational Change) 대학원 수업에서 나는 그를 처음으로 만났다.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그는 매 수업, 질문을 ‘너무 많이’ 하였다.

아무리 대학원 수업이고, 아무리 세미나 수업이라지만 읽어가야 할 논문의 양은 지금까지에 비해 상당히 많았고, 저녁 6시 30분에 시작하는 3시간 15분짜리 수업을 4시간 넘게 진행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으며, 4시간 수업의 대부분을 나를 포함한 6명의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진행해야 했다. 돌이켜보면 누구든지 힘든 만큼 배워가는 것이 매우 많은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학생들의(나는 결코 아님을 밝힌다) 불만과 고충이 컸던 것 역시 사실이다.

항상 그는 질문을, 그것도 너무 어려운 질문을, 중저음의 목소리로 진지하게 끊임없이 하였다.
“ooo씨는 똑똑한 사람들이 왜 학습을 못 한다고 생각하나요”
“xxx씨는 이 저자들의 변화 관련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씨는 조직 자체가 학습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등등.

그러던 어느 날, 그는 6명의 학생 모두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씨의 미션은 뭔가요?”... ...

친정 아버지와 윤정구 선생님을 통해 배운다, 나에게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triggering event 1의 ‘그’는 나의 친정 아버지이고 ‘그의 어머니’는 나의 친할머니이다.
위의 이야기는 내가 어느 정도 철이 들면서 아빠를 통해 들은 아빠의 과거사다. 이 이야기를 매우 진지하게 하시면서, 아빠는 울음을 참고자 하셨으나 우셨던 기억이 난다.

못 배우고 무지한 부모가 부끄러운 때도 있었단다. 고 3 입시생인데 1년 후배를 가르치며 눈치 보며 밥을 먹고, 점퍼 한 장을 사기 위해 한 달 과외비 모두를 치르며 서러운 때도 있었단다. 마네킹을 보고 사람 시체라 할 정도로 무식하지만 자식을 위해 자신은 먹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필통에 넣어온 어머님을 떠올리며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가난의 서러움을 겪으면서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알 수 있었다. 엄청난 가난을 경험하였기 때문에 친정 아버지는 가난한 자, 가지지 못한 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불쌍하군’, ‘안됐군’이라는 이성적 사고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진정한 행함’의 모습을 보여주고 실천한다는 점이다. 나보다 못한 자에 대해 ‘나보다 못하다’라고 인식하는 것은 누구나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심으로 그를 돕고, 때로는 사사로운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타인을 돕고 위하는 행동은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다.

친정 아버지는 대기업 퇴직금의 반을 남모르게 기부하는 것은 물론, 올해 역시 남모르게 환갑을 맞아 ‘환갑맞이 기부’를 준비 중이다. 사후 망막 기증 등은 물론 의대생들을 위한 시체기증을 약속하였다. 급기야 ‘부천 희망 재단’의 이사가 되어 사람들을 돕고 계신다. 사람들의 머리(이성)와 가슴(감성) 간 거리가 멀다, 라는 이야기를 아버지는 자주 하신다. 인식, 생각만 하고 행함이 없는 사랑, 신앙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의 어려움과 가난은 이해심이 많고 실천력이 강한, 진정성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며 돕는 현재의 아빠를 만들었다. 누군가는 가난으로 인해 세상을 욕하고 타인을 욕하기도 하지만 아버지는 가난을 발판삼아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친정 아버지는 과거에도, 지금도 한결같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돕고 계시고 ‘나부터, 내가 먼저’라는 사명을 실천하고 계신다. 이런 아버지를 통해 나는 나보다 가지지 못한 자, 배우지 못한 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헤아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들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현실적으로 모색하고 행하는 진정성 있는 실천가의 모습을 배운다.  

triggering event 2의 ‘그’는 다름 아닌 책의 저자 윤정구 선생님이시고 ‘나’는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선생님의 제자이다. 2007년 당시 내 나이 28살. 28년 동안 나에게 ‘미션이 뭐냐’고 물은 사람은 결단코 단 한 명도 없었다, (윗 글의) 친정 아버지 한 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학부 및 석사 과정 시절의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현재의 남편인) 결혼을 약속한 남자도, 절친한 친구도, 심지어 교회에서도 나에게 인생의 목적이나 미션을 물은 사람은 없었다. 그 질문을 받았을 당시, 다소 뜬금없으면서도 선생님 앞이라고 다들 뭔가 거창한 미션을 생각 해내려했던 나와 학생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내가 민감하게 반응을 한 것일 수도 있으나 이 질문은 나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내가 내 인생을 살면서 내 삶의 목적을 모르고 있었다니...’ 참으로 헛헛한 삶을 살아왔다는 생각, 그리고 ‘왜 많은 사람들은 혈액형이나 연예인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내면과 삶의 목적, 의미성을 살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워하는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부터 목적성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진정성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시발점이 되었다. 하지만 만약 선생님이 ‘진정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시지 않았다면 ‘너의 미션이 무엇이냐’는 이 질문은 나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선생님의 홈페이지에는 선생님의 미션과 비전, 가치가 정리되어 있고, 중요한 점은 선생님이 정리해 놓으신 ‘학자로서 세상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선생님의 미션과 내가 대략 5년간 뵈어온 선생님의 언행에 불일치하는 점이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이 시대의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하시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시고, 젊은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신다. 이젠 좀 쉬셔도 될 듯 한데.. 학문과 연구를 위한 선생님의 열정은 가히 폭발적이고 때로는 너무 치열해서 그런 선생님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절로 공부가 되는 때가 있다.

아는 분들은 다 알고 계시겠지만 이 책의 수익금 전액은 선생님께서 평소에도 돕고 계시던 단체 및 몇몇 기관으로 기부된다. 스터디 그룹을 진행하는 멤버들에게는 시간 날 때마다 ‘진정한 학자의 길’에 대해 나지막하지만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신다. 교사는 많으나 스승은 없는 이 시대에 진정한 ‘스승’으로서의 면모를 말씀과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시는 분이며 이러한 선생님을 통해 진정한 학자로서의 모습을 마음에 새긴다.

삶의 원칙과 가치가 확고한 사람들, 그리고 주제 넘는 마지막 부탁.
친정 아버지와 윤정구 선생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진정성이란 일차적으로는 머리와 가슴이 일치하는 삶, 스스로가 제시하는 미션 및 비전과 일치하는 생활을 하고자 노력하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아가 그들의 삶을 통해 배운 진정성 있는 삶이란 본인의 이익을 넘어 경제적으로나 학문적으로 가지지 못한 자들 역시 진정성 있게 대한다는 점이다.

자신들에게는 어찌 보면 너무나 혹독한 잣대와 원칙을 들이대고, 이를 바탕으로 설정된 미션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타인에게는 끊임없이 베풀고, 관대하며, 더 주고 더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단순히 나만, 내 가족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판치는 지금 이 시대에 타인을 대하는 두 분의 태도와 행동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다.

21세기의 트렌드가 진정성이라는 말을 이 책에서도, 뉴스에서도 많이들 한다. 윤정구 선생님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사실, 거슬린다. 진정성이란 트렌드가 아니라 모든 순간순간, ‘소크라테스’, 아니 그 이전 시절부터 모든 사람과 조직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가 아닌가!

독자들이 이 책을 처세술이나 ‘트렌드를 읽기 위한 트렌드’로 대할까 걱정된다. 대세가 진정성이라니 책을 읽긴 하지만 진북, 진성, 영혼, 정신모형 2... ... 마치 살신성인이나 성인군자 이야기하는 듯 하여 괴로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 충분히 든다.

처음엔 어렵다, 인정한다. 꼭 나를 찝어 비판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다들 대충대충 잘만 사는데 왜 꼭 진북을 찾아야 하는건지 이해가 안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습득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내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찾기 위한, 영혼의 먼지를 닦아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이 책과 선생님의 가르침을 사랑하는 제자로서, 독자들이 설렁설렁 책장만 넘기지 않으시길 간곡히 바란다. 우리 모두가 진정성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삶을 살기를, 61세에도 진정한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물론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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