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FeRed's Conundrum of Life :: [윤미네 집]과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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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네 집]을 통해 보는 부모의 역할과 그에 대한 반성
 



날씨도 추운데...
광장동의 고3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8개월 동안 집에 방치한 사건이 '한 때' 난리였다.
처음엔 요즘 고등학생들(덩달아 중학생들까지) 정말 무섭고 패륜범죄가 극성이다, 로 시작하더니
수능 이후에는 그 아이의 어머니의 잘못된 집착이 아이를 잘못 만들었다, 로 여론이 또 몰려가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젠 잊혀진 듯 하다.

내가 사랑하는 베이비트리 및 여러 평론가들이 추후적으로 이 사건을
심리적으로, 교육적으로, 가족학적으로 풀어나가는 글들은 증가하고 있지만.

어떠한 일이든, 특히 미성년자의 범죄의 경우
그 아이 혼자만의 100% 범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아이는 좀 더 못되고,
어떤 아이는 너무나 extraordinary하게 폭력적이어서 문제아로 낙인찍히지만
결국은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든데에는 사회와 어른, 특히 부모의 공(?)이 가장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전문가나 나의 글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나도 결혼하면서 이런 일이 왕왕 있었다.

우리 와이프에게 나는
'여보, 자긴 장모님 이러저러한 점이 싫다더니만... 자기랑 장모님이랑 완.전.히. 똑같은 거 알아? -_-;; '
우리 와이프는 나에게
'오빠, 시댁 가보면 난 자기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젠 이해가 되, 여전히 싫기는 하지만 ㅡ.ㅡ'

성인이건 아이이건
모두에게 부모는 사회이자 최초의 롤모델이다.

부모로서의 우리에게,
사람으로서의 우리에게
마음 따뜻한 경종을 울리고 성찰의 기회를 주는 책이 발간되었다, 윤미네 집.

베이비트리에 이 글에 관한 소개가 실려 올려본다.
김수권 소아청소년 정신과 의사께서 쓴 글이다.
전문은 http://babytree.hani.co.kr/?mid=media&category=7724&document_srl=39642 에서.

『윤미네 집』은 한 아버지가 자신의 딸이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26년간의 성장 과정을 기록한 가족 사진집이다.
네티즌들로부터 눈물도둑이라 불리는 이 사진집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가족을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이 참 따뜻하다.
남은 국물을 다 마시려 아이는 손에 쥔 냄비 속으로 얼굴을 파묻고,
앞에 앉은 엄마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한밤 중인지 내복 바람에 첫째는 고래 고래 노래를 부르고
둘째는 서랍장 위에 올라가 춤을 춘다. 

어느 가족에게나 있을 법한 모습이다.
사진을 보다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이 기억나고 우리 가족이 떠오른다.
그래서 공감이 가고 어느새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윤미 아빠가 가족과 함께 지낸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곁에서 가까이 호흡하고 있어야 담을 수 있는 사진들이 많기 때문이다.
당시 시대는 1960년대이고 윤미 아빠는 경부 고속도로 건설 현장 사무소에서 일했다고 하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을 냈을까?

우리 아버지 세대는 먹고 살기 힘들어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적고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했다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 보다.
그 시대에도 많은 아빠들이 윤미 아빠처럼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 노력했을지 모른다.
비록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어도
많은 시간동안 아이들 곁에서 함께 머물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리라.   

청소년 자녀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방문하는 가족들을 만나보면,
부모 자녀 사이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아이의 말을 들어보면 이렇다.
그 동안 일만 알고 나한테 관심도 없던 아빠가
왜 이제 와서 사사 건건 참견하고 훈장같은 말을 늘어놓느냐는거다.

아빠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오랜 시간 가족을 위해 험난한 경쟁 사회에서 힘들게 견뎌왔는데,
그것이 가족을 위한 길이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를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마음 한켠으로 염려도 되어 세상을 먼저 살아본 선배로서
아이에게 도움될만한 이야기를 해주려는 것인데...  섭섭한 마음 뿐이다.  

말의 힘은 말의 내용에서 오는 것 같지는 않다.
말을 하는 사람이 말을 듣는 사람에게 쏟아온 애정과
그 과정에서 생긴 신뢰로 인해 비로소 말은 힘을 갖게 된다.

아이와 함께 해 온 시간과 그 사이에서 생긴 서로에 대한 애착,
그리고 신뢰가 아버지의 말에 힘을 갖게 한다.
지금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고 있는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때를 놓치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자신의 직업에서 성공했지만 아빠 노릇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 했던 
한 아버지가 쓴 책의 글귀를 기억해 둘만 하다.
"아이들은 당신이 생계유지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신경쓰지 않으며
그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한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건 아버지가 어디론가 가고 없다는 사실이다."

철마다 국내외 명소로 여행을 떠나고, 달마다 놀이공원을 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아이가 뽀로로 비디오를 보는 동안 인터넷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비디오를 보자.
아이와 공놀이를 하면서 아이의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궁금해하자.
그리고 그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자. 

아이가 어릴 때부터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한 시간들은 반드시 보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한 순간 순간들은 아이의 기억 속에, 마음 속에 사진처럼 남게 된다.

바로 윤미네집처럼 말이다.


아이와 함께 한 순간은 반드시 보답으로 돌아온다.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한 시간들은 반드시 보답으로 돌아온다.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막중하게 만드는 말이여서인지 '보답으로 돌아온다'고는 하지만
다소 무섭게까지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나만 이렇게 느낀 것일까.

인생, 인간의 삶이 무서우면서 대단하고 경이로운 것은 결코
'아, 다시 돌아가고 싶다'의 때로 되돌리 수 없다는 비가역성 때문이 아니던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재가 내 아이의 삶에 크나큰 구멍이,
나와의 시간이 크나큰 자산과 기억이 된다는 걸 배우고 알면서도
실천하기 힘든 것은 또 왜일까. 

우리 잠언이는 머지않은 미래,
나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잠언이를 운운하기 전에
나는 대체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육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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